1938년생으로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령 탤런트 인 85세 김영옥님입니다. 여전히 드라마와 광고에서 활동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성우를 하다가 늦게 배우의 세계에 입문했기 때문에 그녀는 주연보다는 조연역할을 맡아야 했습니다. 특히 할머니역할은 단골이었고, 신분이 낮은 상궁, 무수리, 노비 역할을 수도 없이 맡아야 했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에서 롱런의 비결을 묻자 그녀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내가 젊었을 때 무수리나 상궁만 했잖아.
그때 왕비하고 공주하던 애들은 다 죽었어.
천한 역할을 한 나만 지금까지 살아 남았어.호호"
일찍 큰 인기를 얻어 별처럼 반짝하고 사라진 스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작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현역이라고 합니다.
문득 장자의 인간세(人間世)의 한 대목에 나오는 이야기와 유사한 깨달음을 줍니다. 한 선비가 장자에게 뜻을 슬쩍 비꼬듯이 말합니다.
"장자 선생의 뜻은 크고 높지만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어보입니다. 마치 저 나무처럼 크긴 하지만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하여 목수들이 쳐다보지 않습니다. 재목으로는 별로입니다."
그러자 이 말을 듣고 장자가 대답하지요.
"그럼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저 볼품없는 나무는 인기가 없어서 잘려나갈 일이 없잖소!"
하지만 그 선비는 여전히 쓸모없다고 비아냥대자 장자가 한마디 더합니다.
"왜 쓸모가 없나? 햇빛이 쨍쨍한 날 시원한 그늘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비바람과 눈보라까지 막아준다네. 그러니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무척 고마운 존재가 아니겠는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장자의 무용지용 철학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도 나름 자신의 가치를 나누면서 삽니다. 단지 그 가치를 알면서 사느냐의 모르면서 사느냐의 차이일 뿐! 아무리 작더라도 그 역할을 다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쓸모가 아닐까!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대를 향해갑니다. 그래서 작고 사소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지혜가 소중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김영옥님의 이야기는 꽤 많은 인생의 힌트를 줍니다. 작은 역할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 그것이 진짜 매력이고 쓸모입니다. 자...오늘도 작은것을 기뻐하고 즐기는 하루되세요.